티스토리 뷰

open

옛날에 썼던 단문

Gikk 2016. 11. 11. 21:40

더럽고 비좁은 방의 낡아빠진 매트리스 위에 우린 머리를 맞대고 누웠다. 천장의 벽지는 누렇게 색이 바랬고 곰팡이가 슬어 원래의 색을 알아보기 힘들었다. 그렇지만 그렇게 누워 이야기할 때 천장은 때론 캘리포니아의 하늘이었고 때로는 초호화 크루즈에서 내다보는 바다였고 홍콩의 야경이었다. 우리는 보지 못한 것, 가져본 적 없는 것들을 이야기했다. 나는 그때 당신이 했던 말들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. 나는 홍콩에 가서 가장 비싼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야경을 보고 싶다고 했고 당신은 웃었다. 전부 이루어질 거야. 그리고 나는 그 호텔에서 주문할 수 있는 것중 가장 비싼 샴페인을 잔에 담아 당신에게 청혼할 거야. 잔 바닥에는 마셔버리면 안 되는 게 가라앉아 있겠지. 내가 그 잔을 당신에게 건네면 당신이 무슨 표정을 지을까. 그 때 당신 눈동자가 무슨 색일지 궁금해. 나는 웃었고 몸을 일으켜 당신에게 입을 맞췄다. 그 모든 이야기들. 내가 살며 가져봤던 가장 아름답고 초라했던 순간들.